분양가에 상한선을 씌우는 제도인데, 9월 15일부터 그 상한선 자체가 올랐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적용하는 기본형건축비를 ㎡당 232만8000원으로 4.07% 인상해 고시했기 때문입니다. “상한제인데 왜 오르지"라는 의문이 들 법한데, 이 제도가 무엇을 어떻게 계산해서 상한선을 만드는지 알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분양가상한제는 무엇을 상한으로 두는가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한 값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5년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이려고 도입됐습니다. 2018년 하반기 서울 분양가가 기존 주택 시세의 약 3.7배까지 높아지자 2019년에 적용 범위가 다시 넓어졌습니다.
분양가는 시장에서 정해지는 게 아니라 정해진 계산식을 따라갑니다.
분양가 = 택지비 + 건축비
택지비는 공공택지라면 공급가격에, 민간택지라면 감정평가액에 각각 택지가산비를 더해 정합니다. 건축비는 기본형건축비(지상층과 지하층)에 건축가산비를 더한 값입니다. 건축가산비에는 철골구조처럼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다른 공법에 드는 비용, 친환경·지능형 설비 비용, 초고층 시공에 따른 추가 비용 등 13개 항목이 포함됩니다. 상한제라는 이름 때문에 분양가가 어딘가에 고정된 숫자처럼 느껴지기 쉬운데, 실제로는 이렇게 여러 항목을 조합한 계산 결과값입니다.
건축비는 왜 연 2회씩 바뀌나
이 계산식의 재료 중 하나인 기본형건축비는 국토교통부가 원칙적으로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 연 2회 정기고시합니다. 자재비나 인건비가 그 사이에 급하게 오르면 비정기고시로 중간에 한 번 더 조정되기도 합니다.
16층 이상 25층 이하, 전용면적 60~85㎡ 지상층 기준 기본형건축비는 이런 흐름으로 움직였습니다.
| 시점 | 고시 구분 | 기본형건축비(㎡당) |
|---|---|---|
| 2026년 7월 15일 | 비정기고시 | 223만7000원 |
| 2026년 9월 15일 | 정기고시 | 232만8000원 |
두 달 사이에 4.07% 오른 셈입니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상은 정부가 공사 전 단계의 안전투자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조달청이 4월 16일 발표한 ‘2026년 원가계산 간접공사비 적용기준’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간접공사비가 ㎡당 60만4000원에서 66만3000원으로 9.77% 올랐습니다. 간접노무비 적용 요율도 14.6%에서 18.1%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개정된 고시는 9월 15일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되고 그전에 이미 승인을 신청한 단지는 이전 기준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상한선이 올라간 것과 상한제가 느슨해진 것은 다르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건축비가 올라 상한선 자체가 높아진 것과 상한제라는 규제가 완화된 것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상한제는 여전히 그대로 작동합니다. 다만 상한선을 계산하는 재료의 값이 시장 상황(자재비, 인건비, 안전 규제 강화 등)에 맞춰 주기적으로 조정될 뿐입니다. 상한제가 있어도 건설 원가가 오르면 분양가 상한선도 함께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규제가 있는데 왜 가격이 뛰나"라는 의문은 이 계산 구조를 보면 풀립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아무 지역에나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 가운데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거나, 최근 2개월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넘거나, 최근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어난 곳을 국토교통부가 별도로 지정합니다. 지금은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서울 일부 자치구의 민간택지와 공공택지 전반이 해당합니다. 정확한 대상 지역은 시점마다 달라질 수 있어 청약을 준비 중인 단지가 있다면 입주자모집공고문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이렇게 정해진 분양가 아래에서 실제 당첨자는 또 다른 기준인 청약 가점제에 따라 정해집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얼마를 낼지를 정한다면, 가점제는 그 기회를 누구에게 줄지를 정하는 구조입니다. 정부가 시세와 별개로 매기는 공식 가격이라는 점에서는 매년 오르내리는 공시가격의 산정 원리와도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다만 공시가격은 이미 지어진 집에 매년 매기는 세금 기준이고, 분양가상한제는 짓기 전 단계에서 파는 값 자체를 제한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확인할 것
관심 있는 단지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인지, 그리고 입주자모집승인을 언제 신청했는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고시와 입주자모집공고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9월 15일 이후 승인을 신청한 단지라면 이번에 오른 기본형건축비가 분양가 계산에 반영됐는지부터 짚어보시면 이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감이 잡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