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올렸는데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뛰었다"는 뉴스가 2026년 8월 내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기사 아래에는 꼭 “채권 가격은 떨어졌다"는 문장이 따라붙습니다. 금리가 오른 게 왜 가격이 떨어졌다는 말과 같이 쓰이는 걸까요. 채권을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이 문장 자체가 낯섭니다. 원리를 알면 전혀 이상한 조합이 아닙니다.
채권은 정해진 이자를 주기로 약속한 증서다
채권은 돈을 빌리는 쪽(정부나 회사)이 “얼마를 빌리고, 만기까지 매년 얼마씩 이자를 주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증서입니다. 국고채는 정부가, 회사채는 기업이 발행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 번 발행되면 이자율, 즉 표면금리가 고정된다는 점입니다. 액면 100만원에 표면금리 3%인 국고채를 샀다면 만기까지 매년 3만원의 이자가 확정됩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왜 기존 채권 가격이 떨어지나요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금리가 시장 상황에 맞춰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아주 단순한 가상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표면금리 3%인 채권을 갖고 있는데, 시장금리가 올라 이제 막 발행되는 채권은 표면금리 4%를 준다고 해보겠습니다. 같은 100만원을 넣는다면 누구나 연 4만원을 주는 새 채권을 사려 하지 연 3만원만 주는 내 채권을 액면가 그대로 사줄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 채권을 팔려면 가격을 깎아줘야 합니다. 얼마나 깎아야 하는지를 아주 단순하게 어림잡으면 이렇습니다. 연 3만원 이자를 시장금리 4% 수준에 맞추려면 3만원을 0.04로 나눈 75만원 안팎까지 가격이 낮아져야 그나마 팔립니다. 실제로는 만기가 다가올수록 가격이 액면가 100만원 쪽으로 서서히 수렴하기 때문에 이보다 완만하게 움직이지만 “시장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은 할인돼야 팔린다"는 방향 자체는 똑같습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대로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장기채가 더 크게 흔들리는 이유, 듀레이션
같은 폭으로 금리가 올라도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집니다. 남은 만기가 길수록 시장금리보다 낮아진 표면금리로 이자를 받는 기간이 그만큼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이 민감도를 채권 시장에서는 듀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만기가 짧은 채권은 곧 원금을 돌려받으니 금리 변화의 영향을 받는 기간이 짧고 30년 만기 채권은 그 영향을 30년치 누적으로 떠안습니다.
2026년 8월 국고채 시장에서 이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 만기 | 8월 말 금리 | 전월 대비 |
|---|---|---|
| 3년물 | 3.838% | +8.0bp |
| 10년물 | 4.313% | +5.2bp |
| 30년물 | 8월 18일 장중 4.751%(사상 최고치) | - |
| 50년물 | 4.451% | - |
한국은행이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8월 27일에는 2.75%에서 3.00%로 두 달 연속 0.25%포인트씩 올리는 사이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상승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로 이어지는 경로와 마찬가지로, 정책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금리에도 방향을 정해주는 신호로 작동합니다.

채권 시장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
금리가 뛰자 채권 시장 곳곳에서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기관투자자에게 미리 얼마나 사겠냐고 물어보는 수요예측을 거칩니다. 2026년 8월 참여율은 210.4%로 1년 전 같은 달 541.1%보다 330.7%포인트나 낮아졌습니다. 금리가 높아진 국고채만으로도 웬만한 수익을 챙길 수 있으니 신용위험까지 떠안으면서 회사채를 담을 유인이 그만큼 약해진 셈입니다. 실제로 8월 회사채 발행액은 4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9000억원 줄었고 전체 채권 발행 규모도 76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8000억원 감소했습니다.
투자 주체별 움직임도 엇갈렸습니다. 외국인은 8월 한 달 8390억원을 순매도했고 보유 잔액도 344조70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6조4000억원 줄었습니다. 미국 등 해외 장기금리가 오른 데다 환헤지 비용까지 같이 따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반대로 개인은 같은 달 3조1891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국면에서도 개인 자금이 몰린 건, 현재의 높은 금리를 만기까지 확정해 두려는 수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가격이 떨어져도 손실이 아닐 수 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지금 채권을 갖고 있으면 무조건 손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가격 변동은 만기 전에 시장에서 사고팔 때만 실제 손익으로 나타납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처음 약속받은 이자와 액면 원금을 그대로 받습니다. 다만 채권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처럼 만기가 없는 상품에 넣어둔 돈은 얘기가 다릅니다. 그 안에 담긴 채권 시가가 매일 기준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채권 가격 하락이 곧바로 평가손실로 잡힙니다. 내가 채권을 직접 들고 있는지, 만기 없는 펀드로 들고 있는지에 따라 같은 금리 상승 뉴스라도 체감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채권 이자에도 이자소득세가 붙고 다른 금융소득과 합쳐 일정 금액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내 경우가 해당되는지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계산기로 미리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 확인할 것
금융투자협회(kofia.or.kr) 채권정보센터에서는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를 만기별로 매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채권형 펀드나 개인투자용 국채를 갖고 계시다면, 지금 시장금리가 가입 시점보다 올랐는지 내렸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