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안심전세 앱이 2026년 9월부터 확정일자부, 등기부등본, 전입세대 정보 등 57종의 정보를 한데 모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개편됐습니다. 시세 대비 보증금 규모와 선순위 권리관계를 반영해 주택과 임대인의 위험도를 안전, 주의, 위험으로 나눠 표시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 앱이 보여주는 확정일자가 정확히 무슨 힘을 가진 건지, 등기부등본에 나오는 전세권과는 뭐가 다른지 헷갈리는 분이 많습니다. 둘 다 보증금을 지키는 장치인데 왜 굳이 두 가지 방법이 따로 있는 걸까요.

대항력, 새 집주인에게도 세입자라고 주장할 힘

집을 빌려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어떻게 될까요. 새 주인이 “나는 계약한 적 없으니 나가라"고 하면 곤란해집니다. 이걸 막아주는 게 대항력입니다. 이사를 마치고 전입신고를 하면 그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생깁니다. 이 힘이 있으면 집이 팔리거나 경매에 넘어가도 새 소유자에게 원래 계약 기간과 보증금을 그대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시점이 하루 늦춰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입신고 당일에는 등기부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다른 권리(같은 날 설정된 근저당 등)와 순서를 다투는 애매한 시간이 생깁니다. 법이 아예 다음 날 0시로 못 박아 놓은 이유입니다.

우선변제권, 경매에서 순서를 앞당기는 힘

대항력만으로는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돈을 돌려받는 순서까지 보장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순위를 매겨주는 게 우선변제권입니다. 이걸 받으려면 대항요건(입주와 전입신고)에 더해 확정일자까지 갖춰야 합니다. 확정일자는 임대차 계약서에 그 날짜에 계약했다는 걸 공적으로 증명해 주는 도장 같은 겁니다.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모두 갖추면 역시 그다음 날 0시부터 우선변제권이 발생합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그 시점 이후에 설정된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을 읽는 법을 먼저 알아두면 내 확정일자보다 먼저 잡힌 근저당이 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약 전 위험도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제는 전월세 신고만 해도 확정일자가 따라온다

확정일자는 원래 임차주택 소재지의 주민센터를 직접 찾아가 계약서를 보여주고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보증금 6천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을 30일 안에 지자체에 신고하는 전월세 신고제가 있습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계약서를 함께 제출한 것만으로 확정일자가 부여된 것으로 봅니다. 신고필증에 확정일자 번호가 같이 찍혀 나와서 별도로 주민센터를 찾아갈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제 안내)

전월세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안에 해야 합니다. 기한을 넘기면 최대 30만원, 계약 내용을 거짓으로 신고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신고는 주민센터 방문이나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molit.go.kr)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습니다.

도장이 찍힌 계약 서류

전세권 설정등기는 왜 따로 있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는 또 다른 방법이 전세권 설정등기입니다. 등기소에 전세권을 등기하면 접수 즉시 효력이 생깁니다. 확정일자 방식과 달리 실제로 그 집에 계속 살지 않아도 권리가 유지됩니다. 보증금을 못 돌려받았을 때도 별도의 소송 없이 바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전세권 설정은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등기할 수 있습니다. 등록면허세 같은 비용도 세입자가 부담합니다. 이 지점을 헷갈리는 분이 많은데, 전세권을 설정해도 소액임차인을 보호하는 최우선변제권까지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췄을 때만 적용되는 별도의 보호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월세 계약에서는 비용이 적게 들고 집주인 동의도 필요 없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쪽을 먼저 갖춥니다. 실거주가 어려운 특수한 사정이 있을 때만 전세권 설정을 따로 검토합니다.

항목전입신고 + 확정일자전세권 설정등기
효력 발생 시점다음 날 0시등기 접수 즉시
실거주 요건계속 거주해야 유지거주하지 않아도 유지
임대인 동의필요 없음필요함
보증금 못 받았을 때보증금반환청구소송 후 강제집행소송 없이 경매 신청 가능
최우선변제권 적용적용됨적용 안 됨

(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취득)

안심전세 앱이 보여주는 것도 결국 이 순서다

안심전세 앱이 9월 개편으로 확정일자부와 등기부등본, 전입세대 정보를 한 번에 보여주는 이유도 같은 원리 때문입니다. 내가 들어가려는 집에 먼저 확정일자를 받아둔 세입자가 있는지, 먼저 설정된 근저당이 있는지에 따라 내 우선변제권 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어서입니다. 전세가율이 높을 때 왜 위험한지까지 함께 살펴보면, 순위가 밀린 상태에서 집값이 보증금에 가까울 경우 경매로 넘어갔을 때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생기는 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확인할 것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오늘 등기부등본에서 내 계약 예정일 기준으로 선순위 근저당이나 다른 세입자의 확정일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미 살고 있는 집이라면 전월세 신고와 확정일자를 다 받아뒀는지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molit.go.kr)에서 신고 이력을 조회해 볼 수 있습니다. 안심전세 앱의 위험도 조회는 임대인 동의가 있어야 열람할 수 있으니 계약 전에 미리 동의를 요청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