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아침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7.30포인트(3.14%) 내린 6692.61로 출발했습니다. 코스닥도 1.75% 내리며 함께 밀렸습니다. 금리를 올린 것도 아니고 아직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아닙니다. 미국 금리가 오를 “확률"이 높아졌다는 소식 하나에 지수 전체가 3%씩 흔들린 겁니다.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주가가 이렇게 먼저 반응하는지, 그 원리를 짚어보겠습니다.
주가는 미래 이익을 오늘 가격으로 당겨온 것이다
주식 한 주의 값어치는 그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을 오늘 시점의 가치로 환산한 것입니다. 내년에 110만원을 받기로 한 약속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지금 금리가 연 10%라면 100만원을 은행에 넣어도 1년 뒤 110만원이 되니 이 약속의 오늘 가치는 100만원 정도로 계산됩니다. 이렇게 미래의 돈을 오늘 가치로 되돌려 계산하는 비율을 할인율이라고 부릅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회사가 올해, 내년, 10년 뒤에 벌어들일 이익을 할인해 오늘의 가치로 환산한 뒤 모두 더한 것이 이론적인 주가입니다.
여기서 할인율의 뼈대가 되는 게 시장금리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같은 미래 이익이라도 오늘 가치로 환산했을 때 더 작아집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원리와 근본적으로 같은 계산입니다. 채권은 미래에 받을 이자와 원금을, 주식은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할인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 금리가 오르면 오늘의 가치가 낮아진다는 방향은 똑같습니다.
먼 미래를 보고 산 주식일수록 더 크게 흔들린다
같은 폭으로 금리가 올라도 모든 주식이 똑같이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지금 당장 돈을 잘 버는 회사보다 몇 년 뒤에나 이익이 커질 거라 기대하고 주가가 형성된 회사일수록 타격이 큽니다. 먼 미래의 이익일수록 할인율이 조금만 올라도 오늘 가치로 환산했을 때 깎이는 폭이 크기 때문입니다.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성장 기대가 큰 업종이 금리 인상 국면에서 유독 더 크게 출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과 주식이 손님을 두고 경쟁한다
주식에 돈을 넣는 이유는 예금이나 국채보다 나은 수익을 기대해서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예금과 국채의 이자부터 먼저 올라갑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받는 이자와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에서 기대하는 수익 사이의 격차가 좁아지면 그만큼 주식을 계속 들고 있을 이유가 줄어듭니다. 이 자금 이동이 실제 매도 물량으로 나타나는 것이 금리 인상기에 주가가 눌리는 두 번째 경로입니다. 첫 번째가 계산식(할인율) 문제라면, 이건 자금이 실제로 옮겨가는 수급 문제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으로 돈을 빌리는 비용이 늘어납니다. 새 공장을 짓거나 사업을 확장할 때 드는 이자 부담이 커지니 투자 계획 자체가 보수적으로 바뀝니다. 그러면 미래 이익 전망도 낮아지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아직 오르지도 않았는데 주가는 왜 벌써 반응했나
9월 14일의 급락은 금리가 오른 결과가 아니라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입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을 웃돌자,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이 하루 만에 86%대로 뛰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입니다. 주가는 확정된 사실만이 아니라 확률의 변화에도 실시간으로 반응합니다. 앞으로 이익을 할인하는 계산에서 할인율을 결정하는 게 바로 금리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반영 성격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인상하느냐 마느냐"보다 회의 이후 나오는 점도표, 즉 위원들이 그리는 향후 금리 경로 쪽으로 옮겨가 있습니다. 이미 86%가 인상 쪽에 걸려 있는 마당에 인상 여부는 새로운 정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은 변수는 연말까지 얼마나 더 올릴지입니다. 기준금리가 대출금리로 이어지는 시간표에서 다룬 것처럼, 정책금리 전망 하나가 채권시장과 대출시장, 주식시장까지 순서대로 움직이는 신호로 작동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 15~16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한국시간으로는 9월 17일 새벽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코스피 지수 전체가 흔들려도 개별 주식은 다르게 움직인다
지수가 3% 빠졌다는 뉴스만 보면 시장에 있는 모든 주식이 똑같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고 계산되는지를 알면, 지수 하락폭과 개별 종목의 하락폭이 업종별 이익 구조와 부채 수준에 따라 상당히 갈린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할인율 상승의 타격이 모두에게 같은 크기로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확인할 것
이번 FOMC 결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federalreserve.gov)에서 성명서와 점도표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반응은 한국거래소(krx.co.kr) 정보데이터시스템의 코스피·코스닥 지수로 보면 됩니다. 오늘 하루 지수가 몇 퍼센트 움직였는지보다 그 움직임이 할인율 때문인지 수급 때문인지 구분해서 보면 다음 뉴스를 읽는 눈이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