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나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PER 10배 수준”, “PER이 낮아 매력이 있다” 같은 말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숫자 하나가 무슨 뜻인지 모른 채 넘어가기 쉬운데,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이 글에서는 가상의 숫자를 가지고 PER이 무엇을 재는지, 낮다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풀어보겠습니다. 어떤 종목이 좋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주식 PER 뜻: 주가가 1년 이익의 몇 배인가

PER은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s Ratio)의 줄임말입니다.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은 PER을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순이익 ÷ 총 발행주식 수)으로 나눈 값"으로 설명합니다. 공식으로 쓰면 이렇습니다.

PER(배) = 주가 ÷ 주당순이익(EPS)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2014년 지역 신문에 기고한 경제용어 해설에는 주가 3만 원, 1주당 순이익 5천 원이면 PER이 6배라는 예가 나옵니다. 이 6배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이익을 계속 낸다고 가정할 때 주식 1주의 가격만큼 벌기까지 6년이 걸린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가게에 비유하면 이 가게를 사려는데 값이 연 순이익의 6배라는 뜻입니다. 숫자가 클수록 같은 이익을 얻기 위해 시장이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PER 계산, 가상의 두 회사로 해보면

계산이 어렵지 않으니 직접 해보는 편이 이해가 빠릅니다. 아래는 설명을 위해 만든 단순화한 가상의 수치입니다. 실제 회사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구분A사B사
주가10,000원10,000원
1주당 순이익(EPS)1,000원250원
PER10배40배

출처: 설명을 위한 가상의 수치이며, 계산 공식은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 기준입니다.

주가는 똑같이 1만 원인데 PER은 네 배 차이가 납니다. 같은 가격을 치르고 A사는 1주당 1,000원, B사는 250원의 이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가 숫자만으로는 회사를 비교할 수 없고, 이익과 맞대어 봐야 합니다. 시가총액과 주가가 다른 이유를 이미 보셨다면 같은 맥락입니다. 주식 한 주의 가격은 발행주식 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니까요.

주가가 올라도 이익이 같으면 PER은 커지고, 이익이 늘어도 주가가 그대로면 PER은 작아집니다. PER이 변했다는 말은 분자(주가)나 분모(이익) 중 하나가 움직였다는 뜻이라서, 뉴스에서 PER이 올랐다고 하면 어느 쪽이 움직였는지부터 보시면 됩니다.

PER이 낮으면 정말 싼 걸까요

교과서적인 해석은 PER이 낮을수록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다, 즉 상대적으로 저평가라는 것입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설명 모두 이 해석을 소개합니다. 다만 한국은행은 같은 설명에서 PER에 쓰는 이익이 과거에 실제로 낸 이익이며, PER의 절대 수준만으로 주가의 높낮이를 단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입니다. 기업의 성장성, 배당 성향, 업종별 PER 비교가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이 단서가 중요한 이유는 흔히 쓰는 후행 PER의 분모가 이미 지나간 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주가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먼저 담아 움직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일이 생깁니다.

  • 올해 이익이 일회성으로 크게 늘었다면 분모가 커져서 PER이 낮게 나옵니다. 내년에 이익이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시장이 보면 낮은 PER은 싸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 반대로 지금은 이익이 적어도 앞으로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면 PER이 높게 나옵니다. 비싸 보이지만 이유가 있는 숫자입니다.

그래서 PER은 업종별로 수준이 다릅니다. 이익이 경기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업종과 꾸준히 나오는 업종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면 틀리기 쉽습니다. 같은 업종 안에서, 혹은 같은 회사의 과거 PER과 견주어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수 차원의 PER에서도 이런 해석 함정이 있습니다. 코스피 PER이 기관마다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별도의 글에서 다뤘습니다.

주식 시세가 표시된 화면

PER이 마이너스이거나 표시되지 않는 경우

종목 정보 화면에서 PER이 마이너스로 찍히는 것은 회사가 순손실을 냈다는 뜻입니다. N/A나 공란은 이유가 더 넓습니다. 손실일 때도 그렇지만, 갓 상장해 직전 결산 실적이 없거나 결산 자료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거나 관리종목이라 수치를 내보내지 않는 경우에도 비어 있습니다. 순이익이 음수이면 주당순이익도 음수가 되고, 주가를 음수로 나눈 값은 “몇 년 치 이익이냐"는 질문에 답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서비스가 숫자를 보여주지 않고 표시를 비워 둡니다.

적자인 회사라도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지금은 이익이 없지만 자산이 있거나, 매출은 빠르게 커지는 중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이익 대신 순자산을 기준으로 삼는 PBR을 봅니다. PER이 이익을, PBR이 자산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차이는 PBR을 다룬 글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주주에게 현금을 얼마나 돌려주는지는 배당수익률이 따로 보여줍니다.

PER은 어디서 확인하고, 뉴스는 어떻게 읽나요

개별 종목과 지수의 PER은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조회할 수 있습니다. 같은 종목의 PER도 포털이나 증권사 앱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익을 분모로 쓰느냐가 서비스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의 확정된 이익을 쓰는 곳이 있고, 증권사가 내놓은 앞으로의 추정 이익을 쓰는 곳이 있습니다. 숫자를 인용할 때는 어느 이익 기준인지 같이 적혀 있는지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에 “PER이 낮아졌다"는 기사를 만나면 세 가지를 물어보시면 됩니다. 주가가 내린 걸까요, 이익이 늘어난 걸까요. 그 이익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와 비교한 숫자일까요. 이 세 질문에 답이 보이면 숫자를 혼자 읽을 수 있는 겁니다.

오늘 확인할 것

보유하고 계신 종목이나 관심 있는 종목의 PER을 증권사 앱에서 열어 보시고, 그 숫자가 최근 1년 확정 이익 기준인지 추정 이익 기준인지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그다음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 PER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숫자의 의미가 한결 선명해집니다. 이 글의 숫자는 모두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의 값이며, 특정 회사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린다는 전망이 아닙니다. 위에서 인용한 해설은 한국은행 인천본부 기고문에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