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3.00%까지 올랐다는 뉴스 뒤에 “그런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라는 해설이 붙는 걸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금리를 올렸다는데 왜 마이너스라는 말이 나올까요. 통장에 찍히는 숫자와 실제로 내 돈이 갖는 힘은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를 가르는 개념이 실질금리입니다.
실질금리란 무엇인가요
은행 예금이나 기준금리처럼 눈에 보이는 금리를 명목금리라고 부릅니다. 실질금리는 이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입니다. 돈의 액수가 아니라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 즉 구매력이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명목금리가 5%인데 물가가 5%만큼 올랐다면 통장 잔고는 늘었어도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1년 전과 똑같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이자가 하나도 붙지 않은 셈입니다.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명목금리보다 높으면 통장 잔고는 늘어도 구매력은 줄어듭니다. 이 상태를 실질금리 마이너스라고 부릅니다.
실질금리는 어떻게 계산하나요
가장 단순한 계산법은 뺄셈입니다.
실질금리 ≈ 명목금리 − 물가상승률
피셔 방정식이라는 더 정밀한 공식도 있습니다. 다만 금리와 물가상승률이 지금처럼 한 자릿수대일 때는 오차가 크지 않아 이 근사식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숫자도 모두 이 근사식 기준입니다.
최근엔 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나요
한국은행은 7월 16일과 8월 27일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2.75%였던 금리를 3.0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 배경은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오른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문제는 같은 8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집계됐다는 점입니다. 명목금리 3.00%에서 물가상승률 3.1%를 빼면 실질금리는 약 마이너스 0.1%포인트가 됩니다. 금리를 두 차례나 올렸는데도 물가가 그보다 빠르게 뛰면서 실질금리는 오히려 마이너스 영역으로 넘어간 겁니다.

참고로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물가)는 8월 기준 3.4%로 총지수보다 더 높았습니다. 근원물가와 총지수가 왜 다르게 움직이는지는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뭐가 다른가에 정리해 뒀습니다. 어느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실질금리 마이너스 폭도 달라집니다.
물가상승률 추이는 최근 어떻게 움직였나요
한 달 수치만 보면 흐름을 놓치기 쉽습니다. 최근 몇 달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렇습니다.
| 월 |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 |
|---|---|
| 2026년 5월 | 3.1% |
| 2026년 6월 | 3.2% |
| 2026년 7월 | 2.8% |
| 2026년 8월 | 3.1% |
출처: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 2026년 8월 소비자물가 3.1%↑ 보도
6월에 3.2%까지 오른 뒤 7월엔 2.8%로 잠시 낮아졌다가 8월에 다시 3.1%로 튀어 올랐습니다. 물가상승률 계산이 어떤 원리로 이뤄지는지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어떻게 계산되나에서 자세히 짚었습니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5, 6월엔 2.50%, 7월 16일 이후엔 2.75%, 8월 27일 이후엔 3.00%로 움직였습니다. 어느 달을 짚어 봐도 물가상승률이 명목금리를 위협하는 구간이었습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면 내 돈에는 무슨 일이 생기나요
단순화한 가상의 숫자로 살펴보겠습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3%이고 물가상승률이 3.1%라고 가정하면, 100만원을 1년 예치했을 때 만기에 103만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물가가 3.1% 올랐다면 1년 전 100만원어치였던 물건은 이제 103만 1천원이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통장 잔고는 늘었지만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오히려 줄어든 셈입니다.
이 계산은 실제 예금 상품의 금리나 세후 이자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원리를 보여주기 위해 단순화한 가상의 수치입니다. 실제 예금의 이자에는 세금도 붙기 때문에 실질금리 마이너스 폭은 이 예시보다 더 클 수 있습니다.
명목금리가 올랐다는 소식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소식이 같은 날 함께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채권 가격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원리처럼, 숫자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놓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채권과 금리의 관계는 채권 가격은 왜 금리와 반대로 가나에서 다뤘습니다.
오늘 확인할 것
매달 발표되는 최신 물가상승률은 통계청 홈페이지(kostat.go.kr)의 소비자물가동향 게시판에, 현재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홈페이지(bok.or.kr)에 나와 있습니다. 두 숫자만 확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실질금리를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소비자물가 발표는 10월 초,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0월 22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두 발표를 함께 놓고 보면 실질금리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