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보면 공시가격 옆에 “과세표준"이라는 항목이 따로 있고 그 금액이 공시가격보다 한참 낮게 적혀 있습니다. 공시가격 자체가 시세보다 낮게 매겨지는 구조인데, 거기서 한 번 더 깎이는 겁니다. 공시가격에 세율을 곱하기 전, 그 사이에 한 번 더 곱해지는 숫자가 공정시장가액비율입니다. 평소엔 눈여겨볼 일이 없다가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이 비율을 올리는 방안이 나오면서 갑자기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왜 이런 비율이 따로 있고 오르면 실제로 뭐가 달라지는지 원리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무엇인가요

세금은 아무 값에나 세율을 곱해서 나오지 않습니다. 먼저 과세표준이라는 기준 금액을 정하고 그 금액에 세율을 곱합니다. 부동산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세율을 바로 곱하지 않고 중간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만듭니다. 공시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그 해 시장 상황에 맞춰 세 부담이 급하게 뛰지 않도록 조절하는 완충 장치인 셈입니다. 재산세는 지방세법 시행령이, 종부세는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이 각각 이 비율을 정합니다.

왜 공시가격에 바로 세율을 곱하지 않나요

공시가격은 정부가 매년 한 번 매기는 값이라 시세처럼 매일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공시가격이 한 해 사이 크게 뛰는 해가 있습니다. 이럴 때 공시가격에 세율을 그대로 곱하면 집을 팔지도 않았는데 세금만 갑자기 몇십 퍼센트씩 뛰는 일이 생깁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이 충격을 나눠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비율을 낮추면 세 부담이 줄고 올리면 세 부담이 늘어나는데,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도 정부가 보유세 총량을 조절할 수 있는 손잡이가 하나 더 생기는 구조입니다.

재산세는 왜 43~45%만 적용되나요

주택분 재산세의 기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의 60%입니다. 다만 1세대 1주택자에게는 지방세법 시행령에 따라 2023년부터 한시적으로 낮춘 특례가 적용되는데, 공시가격 구간에 따라 43~45%로 갈립니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 상반기 지방세입 관계법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하면서 이 특례를 2023년 이후 네 번째 해까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유 형태공시가격 구간공정시장가액비율
다주택자·법인전 구간60%
1세대 1주택자3억원 이하43%
1세대 1주택자3억 초과 6억 이하44%
1세대 1주택자6억 초과45%

출처: 지방세법 시행령, 행정안전부 2026년 상반기 지방세입 관계법 하위법령 입법예고.

내 집에 실제로 얼마가 나오는지는 재산세 계산기에 공시가격과 보유 형태를 넣어보면 바로 감이 잡힙니다.

종부세는 그동안 어떻게 오르내렸나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지금의 60%로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정부마다 계속 손을 댄 숫자입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종부세에 들어온 것은 2009년입니다. 도입 당시 80퍼센트였고 2018년까지 그대로였습니다. 2019년 85퍼센트, 2020년 90퍼센트, 2021년 95퍼센트로 해마다 5퍼센트포인트씩 올랐다가, 2022년에 60퍼센트로 크게 내려간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2009년 이전에 쓰이던 것은 과세표준 적용률이라는 다른 장치였습니다.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제2조의4가 정한 현재 비율이 이 60%입니다. 비율 하나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 부담을 늘리거나 줄이는 도구로 쓰여 온 셈입니다.

아파트 단지 외관

2026년 세제개편안은 왜 70%로 올리려 하나요

기획재정부가 2026년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70%로 올리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80%까지 더 높이는 내용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개편안은 공시가격이 오른 만큼 과세표준에도 시가를 더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설명됩니다. 같은 개편안에는 1세대 1주택 실거주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리고,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는 오히려 9억원으로 낮추는 내용도 들어 있어 비율 인상분이 공제 확대로 일부 상쇄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 확정된 제도는 아닙니다. 8월 4일부터 2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됐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비율이나 시행 시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부안 그대로 통과된다면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비율만 올라도 세금이 얼마나 오르나요

계산 순서를 먼저 짚어야 합니다. 종부세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을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국세청 세액계산 흐름도는 공시가격 합계에서 공제금액을 먼저 뺀 다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공제금액은 1세대 1주택자 12억원, 그 밖에는 9억원입니다.

단순화한 가상의 수치로 보겠습니다. 공시가격 20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다주택자라면 먼저 9억원을 빼서 11억원이 남고, 여기에 지금의 60퍼센트를 곱해 과세표준은 6억 6천만원입니다. 개편안대로 70퍼센트가 적용되면 7억 7천만원이 됩니다. 세율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는데 세금을 매기는 출발점이 1억 1천만원 더 커진 겁니다. 여기에 세율을 곱하면 최종 세액도 그만큼 따라 올라갑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숨은 증세” 또는 “숨은 감세” 도구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법에 적힌 세율표만 봐서는 실제 세 부담의 변화를 다 읽을 수 없습니다.

오늘 확인할 것

내 집이 재산세 43~45% 특례 대상인지, 아니면 60%가 그대로 적용되는 다주택인지는 위택스 고지서의 과세표준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70%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했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공지를 통해 그때그때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공동명의 종부세 특례처럼 공제금액이 갈리는 다른 장치와 이 비율을 함께 넣어 계산하면 실제 고지서 숫자에 더 가까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