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든 월세든 계약 만료가 두세 달 앞으로 다가오면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대개는 임대료를 얼마 올리겠다는 통보에 가깝습니다. 이때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5%밖에 못 올린다더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맞는 말이지만 이 권리가 정확히 무엇을 보장하고 어디까지 막아주는지는 막상 설명하려면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구조를 원리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뭘 보장하는 권리인가요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한 번, 계약을 2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집주인은 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2020년 7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담긴 내용이며, 흔히 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와 묶어 임대차 3법이라고 부릅니다. 기본 계약기간이 2년이니 이 권리를 한 번 쓰면 최대 4년까지 한집에 머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언제까지 말해야 하나요

이 권리는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행사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집주인에게 갱신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2020년 12월 10일 이후 새로 체결하거나 갱신한 계약부터 적용되는 기준이고 그 이전 계약은 1개월 전까지로 좀 더 촉박했습니다. 만료일이 다가오는 대부분의 계약은 이미 이 개정 이후 맺어졌을 가능성이 높으니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이라는 창구를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날짜로 따져보면, 계약 만료일이 2027년 3월 30일이라면 2026년 9월 30일부터 2027년 1월 30일 사이에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놓치면 갱신을 요구할 권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구두로 전달해도 법적으로는 유효하지만,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처럼 날짜가 남는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임대료는 왜 5%까지만 오르나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갱신하는 경우, 집주인이 요구할 수 있는 증액분이 기존 임대료의 20분의 1, 즉 5%를 넘지 못하도록 정합니다. 다만 5%는 집주인이 요구할 수 있는 위쪽 한계일 뿐, 반드시 5%를 채워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범위 안에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의해 더 적게 올리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5% 상한은 전세와 월세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됩니다. 다만 적용 대상은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기존 계약에 한정됩니다. 세입자가 바뀌어 새로 맺는 계약에는 이 상한이 적용되지 않아 신규 계약의 임대료는 시세대로 정해질 수 있습니다. 갱신인지 신규 계약인지에 따라 같은 집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규칙이 완전히 달라지는 지점입니다.

집주인이 거절할 수 있는 아홉 가지 사유

갱신요구권이 아무 조건 없이 인정되는 건 아닙니다. 법은 집주인이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아래처럼 구체적으로 나열해 두었습니다.

사유내용
차임 연체임차인이 2기분 이상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부정한 임차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상호 합의 보상임대인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경우
무단 전대임대인 동의 없이 주택을 다시 세놓은 경우
파손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주택을 파손한 경우
멸실주택이 멸실되어 임대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철거·재건축안전 문제 등으로 철거·재건축이 필요한 경우
실거주임대인 본인이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기타 중대 사유임차인의 의무 위반 등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경우

(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임대차계약의 갱신)

이 가운데 실제로 가장 자주 부딪히는 사유는 임대인 본인이나 부모·자녀의 실거주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별다른 증빙 없이 “내가 들어가 살겠다"는 말만으로 갱신을 막을 수 있어 보이지만 이 사유에는 뒤에 나오는 견제 장치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외관

“실거주한다더니 다른 세입자를 들였다"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놓고 실제로는 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는 경우가 종종 문제가 됩니다. 법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갱신이 거절되지 않았다면 유지됐을 기간, 즉 갱신거절 후 2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그 집을 다시 임대하면 집주인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정했습니다.

배상액은 세 가지 기준 중 가장 큰 금액으로 계산합니다. 새로 들어온 세입자와의 차임 차액을 2년분으로 환산한 금액,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그리고 실제로 발생한 손해액입니다. 예를 들어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이 150만원이었는데 새 세입자에게는 180만원을 받았다면, 차액 30만원의 24개월분인 720만원과 월차임 3개월분인 450만원 중 더 큰 720만원이 배상액의 기준이 됩니다. 단순화한 가상의 계산입니다.

갱신한 뒤에도 세입자는 중도에 나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2년 계약은 세입자가 중간에 나가려면 집주인 동의가 필요하거나 위약금을 물기도 합니다. 그런데 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연장된 계약은 다릅니다. 세입자는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집주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시점 이후로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도 함께 생깁니다. 갱신 계약에만 붙는 특징이라 원래 계약에서는 이 조항을 쓸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확인할 것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계약 만료일을 확인하고 그날로부터 6개월 전과 2개월 전 날짜를 미리 계산해 캘린더에 표시해 두시길 바랍니다. 그 사이에 갱신 의사를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남겨 두면 나중에 날짜를 두고 다툴 일이 줄어듭니다. 법 조문의 정확한 문구와 개정 이력은 국가법령정보센터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easylaw.go.kr)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